기본정보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2007년 미국에서 개봉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자본주의와 신념,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탁월하게 다룬 명작입니다. 영화는 어프턴 싱클레어의 소설 『Oil!』(1927)을 원작으로 하여, 20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의 석유 붐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루이스 분)는 석유 산업을 통해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야심가이자 냉혈한 사업가로, 그의 집착과 광기,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이 중심축을 이룹니다.
이 영화는 158분의 러닝타임 동안 장대한 미국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적 탄생기, 개인의 탐욕과 가족, 그리고 종교의 이중성까지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루이스), 촬영상(로버트 엘스윗)을 수상했으며, 음악은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맡아 인상적인 사운드트랙을 선보였습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과 미국적 자본주의의 본질, 종교의 권위와 위선을 철저하게 해부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영화 구조와 상징적 연출, 그리고 숨막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전 세계적으로 강렬한 찬사와 해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라는 주제를 깊고 집요하게 파고든 명실상부한 21세기 영화사의 걸작입니다.
등장인물
- 다니엘 플레인뷰 (Daniel Plainview)
이야기의 중심 인물로, 야망과 집착, 냉혹함을 지닌 석유 산업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광산 노동자로 출발해, 직접 시추에 뛰어들며 거대한 부를 일구어 갑니다. 가짜로 입양한 아들 H.W. 와 함께 부성애를 가장하지만, 사실상 모든 인간관계를 자신의 성공에 이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극도로 이기적이며, 경쟁자나 방해물이 나타날 때마다 과감하고 냉정하게 제거합니다. 다니엘 데이루이스가 연기한 이 역할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연기로 평가받습니다.
- 일라이 선데이 (Eli Sunday)
폴 선데이의 쌍둥이 동생이자, 작은 마을의 목사로 등장합니다. 신앙과 종교적 권위를 앞세워 마을 사람들을 장악하려 하지만, 속으로는 명성과 영향력을 탐하는 야망가입니다. 사업가 다니엘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그의 신앙심과 선함 역시 진정성보다는 개인적 욕망과 이득에 가깝습니다.
폴 다노가 맡은 이 역할은 종교와 자본주의의 위선, 인간 내면의 광기를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 H.W. 플레인뷰 (H.W. Plainview)
다니엘이 자신의 아들로 키우는 소년입니다. 실제로는 친자가 아니며, 다니엘의 사업을 위한 ‘가족적 이미지’로 채용된 존재입니다. 유정 폭발 사고로 청각을 잃은 뒤, 다니엘과 갈등하며 인간적 상처와 성장의 과정을 겪습니다.
- 헨리 브랜즈 (Henry Brands)
다니엘의 이복형이라 주장하며 나타나는 인물로, 고독한 다니엘에게 잠시 인간적 유대감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진짜 헨리가 아니었으며, 다니엘의 의심을 사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 폴 선데이 (Paul Sunday)
일라이의 쌍둥이 형이자, 다니엘에게 석유 지대 정보를 처음 제공하는 인물입니다. 비중은 적지만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줄거리
영화는 1898년 뉴멕시코의 외딴 은광에서 다니엘 플레인뷰가 홀로 채굴 작업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은을 채취하다가 사고로 부상을 입지만, 집념으로 금속을 챙겨 도시로 돌아가 은광을 등록합니다.
1898년부터 1902년까지, 다니엘은 석유 시추에 도전하며 자기 사업을 키워나갑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점차 자신만의 시추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석유 사업에 뛰어듭니다.
어느 날 폴 선데이라는 청년이 다니엘을 찾아와, 캘리포니아 리틀 보스턴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정보를 팝니다. 다니엘은 자신이 ‘가족 중심의 기업인’임을 강조하며, 입양한 아들 H.W. 를 데리고 마을로 향합니다.
마을의 댄 월리스, 선데이 가족 등과 접촉하여 땅을 사들이고, 시추 작업을 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라이 선데이 목사는 석유로 얻을 이익의 일부를 교회에 기부할 것을 요구하고, 마을 주민들의 신뢰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석유 시추는 성공적으로 이뤄지지만, 시추장 폭발 사고로 아들 H.W.가 청각을 잃는 비극이 발생합니다. 다니엘은 H.W. 를 잠시 샌프란시스코의 청각장애학교에 맡기고, 사업 확장에만 몰두합니다.
한편, 다니엘의 앞에 헨리라는 인물이 나타나 자신이 이복형임을 주장합니다. 외로운 다니엘은 헨리를 받아들여 동업자로 삼지만, 점차 헨리의 정체에 의심을 품게 됩니다. 결국 헨리가 친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다니엘은 분노 끝에 그를 살해합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다니엘은 여러 석유 회사와 협상을 벌입니다. 스탠다드 오일에서 거액을 제안하지만, 다니엘은 이를 거절하고 LA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자체적으로 석유를 수송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유일한 장애물로 남은 밴디 목장의 소유주 밴디 씨는, 다니엘에게 교회에서 대중 앞에 나와 죄를 고백하라고 요구합니다. 다니엘은 자신의 명성과 사업 확장을 위해 밴디의 요구를 받아들이나, 자존심과 무너진 내면, 그리고 일라이와의 극한 대립이 깊어집니다.
세월이 흐르고, H.W.는 성인이 됩니다. 아버지 다니엘과 결국 결별을 선언하는데, 다니엘은 아들을 ‘사업 도구’로만 여겼음을 냉혹하게 드러냅니다.
영화의 마지막, 성공한 사업가가 된 다니엘은 거대 저택에서 고독하게 살아갑니다. 이때 몰락해 가는 일라이가 찾아와 돈을 부탁하지만, 다니엘은 석유 사업에서의 최종 승리를 과시하며 그를 조롱하고 끝내 폭력적으로 그를 살해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니엘은 “나는 끝났다(I’m finished).”라고 말하며, 자본, 종교, 인간성의 궁극적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주요 특징과 해석
1. 자본주의와 인간의 탐욕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자본주의적 인간의 탄생과 몰락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니엘의 욕망과 성공에 대한 집착은 그를 점점 고립되고 파멸적인 인물로 만들며, 자본의 논리만을 좇다 보면 가족, 인간성, 도덕성마저 모두 소진될 수 있음을 비판적으로 드러냅니다.
2. 종교의 위선과 권위
일라이 선데이라는 인물은 신앙을 빌미로 권위와 부를 탐합니다. 영화는 종교와 자본의 유사성, 위선, 인간의 믿음조차 자본과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다니엘과 일라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체 위에 군림하려 하지만, 결국 모두 고독과 파멸 앞에 무릎 꿇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3. 인간관계의 붕괴와 고독
다니엘과 아들 H.W., 헨리, 일라이와의 관계는 모두 개인적 이익, 욕망, 혹은 거짓에 의해 왜곡되고 파괴됩니다. 진정한 인간적 유대는 부재하며, 사업 도구로 전락한 가족과 파괴된 신뢰, 거짓 형제애 등은 현대 사회의 소외와 고립을 대표적으로 그려냅니다.
4. 상징적 연출과 심리적 묘사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섬세하면서도 냉철한 롱테이크, 광활한 풍경, 무채색 미장센으로 미국적 자본주의의 출발점과 그 이면의 공허함을 극대화합니다.
조니 그린우드의 불협화음 사운드트랙, 단절된 대화, 반복되는 폭력의 이미지 등은 다니엘 플레인뷰의 내면적 불안과 광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5. 시대적 배경과 현대적 주제의 결합
20세기 초 미국 석유 붐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가 다루는 인간의 욕망, 자본과 종교의 타락, 가족과 고독의 주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개인의 성공 신화 뒤에 감춰진 상실, 소외, 그리고 인간성의 붕괴에 대한 통찰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보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평가 및 의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개봉 당시 평론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연기는 인간 내면의 어둠과 광기, 냉정함을 압도적으로 담아내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는 물론, 자본주의의 탄생 과정과 그 이면의 인간적 비극을 깊이 있고 집요하게 조명한 점이 높이 평가됩니다.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이 작품으로 미국 20세기 초 자본과 종교, 인간 본성의 대립을 철저히 해부해 냈다는 평을 받습니다.
미국 외에 전 세계 영화인과 평론가들에게도 꾸준히 회자되는, 영원히 회자될 명작입니다.
감상포인트
1. 인물 심리와 내면 변화의 추적
다니엘 플레인뷰는 전형적인 ‘성공 신화’의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그의 심리 변화와 내면의 광기, 가족과의 관계 붕괴를 세심하게 추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집착과 고독, 아들 H.W.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갈등, 이복형과의 조우, 일라이와의 대립 등은 모두 현대인의 내면적 혼란과 욕망의 투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자본주의와 종교의 대립 구도
영화를 관통하는 큰 축은 자본가 다니엘과 목사 일라이의 대립입니다. 그들의 충돌은 단순한 사업가와 종교인의 갈등이 아니라, 자본과 종교라는 두 가지 힘이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려 하는지, 그리고 결국 둘 다 인간의 본성과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는지 보여줍니다.
3. 상징적 연출과 음악, 미장센 감상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와 대사 없는 장면, 장대한 자연 풍경, 인물의 고립감을 극대화하는 구도, 그리고 조니 그린우드의 불협화음 음악은 영화의 미장센과 감정선을 완벽하게 결합합니다.
특히 유정 폭발 장면, 다니엘의 독백과 폭력, 마지막 저택에서의 결투 장면 등에서 연출과 음악, 배우의 연기 삼박자가 절정을 이룹니다.
4. 영화 속 상징과 은유 해석
광산, 석유, 파이프라인, 교회, 술병 등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물과 공간들은 모두 인간 내면의 결핍, 욕망, 파괴를 상징합니다.
교회에서 다니엘이 죄를 고백하는 장면, H.W.와의 이별, 일라이와의 마지막 결전 등은 표면적인 사건을 넘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5. 현대 사회에 주는 메시지
이 영화가 20세기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도 변함없는 인간 사회의 권력, 돈, 신앙, 가족 해체에 대한 통찰은 관객 각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성공과 실패, 구원과 몰락, 사랑과 증오가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뒤흔드는지,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손상되는지를 곱씹어볼 수 있습니다.
6. 반복 감상의 가치
논리적 설명이나 해설 하나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영화의 깊이와 상징들은 한 번의 관람으로는 모두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구석구석 숨겨진 디테일, 인물의 표정 변화, 대사와 행동, 카메라 워크, 공간의 활용까지 반복 감상하며 탐구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견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인간 내면과 자본주의, 종교, 권력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근대 영화사의 결정적 이정표입니다.
이 영화가 가진 깊은 철학과 예술적 성취를 충분히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